겨울철에 흔히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면 ‘감기(급성 비인두염)에 걸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핵, 장티푸스, 가을철 열성 질환도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기침하고 열이 난다고 해서 모두 감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감기의 원인
일반적으로 감기는 코와 인두(목)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 다른 말로는 상기도 감염이라 부르기도 한다. 단지 몸이 피곤하거나 추운 곳에 오래 있게 되면 감기가 오는 것이 아니라 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에 의해서 감기에 걸리게 된다. 감기를 일으키는 주범은 90% 이상이 바이러스로 주로 감기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는 리노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며 그 외 아데노바이러스와 일부 세균도 원인이 된다. 이런 원인균이 코안의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게 되면 감기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오랜 기간 우리를 괴롭혀온 감기는 흔히 추운 날씨에 잘 걸린다고 알려져 있으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구에서 가장 춥다는 남극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의외로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 또한 비를 맞아 머리나 옷이 젖거나 물에 빠져 오랫동안 발이 물에 젖어있으면 감기에 걸린다고 하는데 이것 또한 감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진 적은 없다. 그렇지만 확실히 감기 환자는 날씨가 추워지는 환절기나 겨울철에 많이 생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겨울철에 더 활동적이지는 않지만 추워지면 우리 몸의 전반적인 신진대사와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날씨가 추워져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므로 환기가 잘되지 않은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므로 숨을 쉴 때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나 감기 바이러스 등 병원균을 걸려 주는 필터 역할을 하는 코의 점막이 건조해져 제 일을 못하므로 감기 바이러스가 코의 점막에서 염증을 일으켜 감기에 걸리게 된다.
다양한 질환의 주요 증상, 감기와 비슷
감기의 주요 증상은 콧물, 인후통, 기침,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다. 감기에 걸리면 이러한 증상이 모두 나타나지만, 한두 가지만 나타나기도 한다. 또, 자칫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증 질환의 초기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많은 질환이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뒤늦게 드러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본래 질환의 특징적인 모습을 다 보이지 않고 약하게 앓고 지나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초기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처럼 스스로 감기라고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쳤다가 병이 위중해지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몸살감기, 가을철 열성 질환일 수도
감기와 구분하기 어려운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 대표적 질환은 쯔쯔가무시병, 한국형 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의 대표 가을철 열성 질환이다. 가을철 산이나 들에서 야외활동을 하고 1~3주 정도 후에 증상이 나타나며,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유사한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있다. 쯔쯔가무시병은 몸에 약 0.5~1㎝의 가피(痂皮, 피부병을 앓아 생긴 부스럼 딱지)가 나타나며 전신에 임파절 종대와 붉은색의 반점이 생긴다. 한국형 출혈열이라 불리기도 하는 신증후출혈열은 눈이 빨갛게 충혈되거나 입천장과 겨드랑이에 점상 출혈을 보인다. 렙토스피라증은 근육통이 심한데 특히 등과 다리의 근육통이 뚜렷하다.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말라리아의 초기 증상도 감기와 유사하다. 두통과 발열이 심하며 체온이 39도까지 주기적으로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말라리아는 경기도 북부 휴전선 근방에서 여행이나 일을 한 사람에게 발생한다는 점이 하나의 고려할 점이다.
기침 달고 산다면, 만성 호흡기 질환 의심
대부분의 호흡기 질환이 기침 증상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결핵은 기침과 가래, 피로감, 신경과민, 미열 등의 초기 증상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감기로 오인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천식 또한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천식은 천명, 호흡곤란, 기침의 전형적인 3대 증상이 발작적으로 나타난다. 알레르기성 비염 또한 기온이 급격히 변화하거나 먼지를 들이마셨을 때 재채기,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처럼 다가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의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한 경우가 많다. 장티푸스는 두통, 발열, 기침과 함께 몸살감기 기운이 첫 증상으로 나타난다. 특징적으로는 무력감, 식욕감퇴, 코피, 설사, 변비, 고열이 반복된다. 장티푸스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약 25% 정도의 환자들이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특별한 증상이 없는 만성 백혈병은 미열과 무력감 등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감기로 오해하고 병원을 찾았다가 발견하기도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발열과 근육통 및 피로감을 동반하면서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낸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골관절염과는 달리 전신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관절과 근육에 통증과 경직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 AIDS(에이즈)나 폐종양 등 악성질환의 초기 단계에서도 발열과 기침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가볍더라도 2주 이상 감기 지속되면 의사와 상의
감기 예방에는 개인위생 관리가 필수적이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손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해야 한다. 수시로 실내공기를 환기하고, 가습기나 젖은 수건을 이용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기본이다. 또한, 유산균 섭취, 적절한 운동, 충분한 수면, 비타민 보충 등은 예방 효과가 명확하게는 입증되지 않았으나 면역력을 높여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감기에 걸렸을 경우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몸에서 열이 나며 발생할 수 있는 탈수 현상을 막을 수 있고 몸에서 가래를 배출해 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감기가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만일 2주 이상 증세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혹시 모를 합병증이나 중증 질환에 대응하고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해야 한다.
글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http://gwangju.kahp.or.kr/
< 문의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12월호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