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서 만든 호남가는 왜 함평천지로 시작할까?
고창서 만든 호남가는 왜 함평천지로 시작할까?
  • 이재수 기자
  • 승인 2023.11.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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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에서만든호남가는왜함평천지로시작할까요

#인심은함열이요덕분에난리속에서도살아남은삼부잣집

#함께기뻐하고교감하는함열함평천지를꿈꾼동리신재효

#홍익인간은지구에서가장아름다운건국이념교육목표

#돈벌어남주고배워서남줘야나도행복하고나라가산다
유기상 전 고창군수

소리꾼들이 목을 푸는 단가중에 으뜸은 호남가와 사철가를 꼽는다. 호남가는 소리판을 만들고 주도했던 동리 신재효와 소리꾼들이 가졌던 전라도가 가장 살기좋은 곳이라는 자긍심이 가사 곳곳에 배인 민중애창곡이었다. 조선말 전라도 54고을 지명을 들어서 땅이름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문자놀이 노래인데, 고창사람이 만들면서 하필 첫 들머리를 함평천지로 했을까?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속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함평을 한자 뜻풀이 하여, 가득하고 평탄한 땅이므로 태평성대를 뜻한다는 설명 정도이다.

호남 지명을 소재로한 노랫말은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함평천지로 시작하는 것은 신재효본 이후부터다. 신재효 개사 전후정황을 아울러보면 전승되는 여러 종류 지명노래들을 모아서 재창조한 신재효(1812~1884)를 작자로 보는 게 마땅하므로, 당시 동리 신재효의 마음으로 해석할 일이다. 판소리의 아버지로 불리듯이, 판소리를 집대성한 업적으로 잘 알려진 신재효는 한국사 최초의 체계적 문화예술진흥운동인 동리운동(메세나)을 평생 펼쳤고 대를이어 나눔과 기부를 실천한 지식인이었다. 부를 활용해 가진 자의 책무를 다한 동리지만, 신분상 한계로 벼슬길에 나갈 수도 없었던 그는 모두가 사람답게 함께 잘 사는 세상의 꿈을 판소리 사설 곳곳에 깔아 놓았다. 그의 꿈은 훗날 동학농민혁명군 집단의 꿈으로 승화된다. 함평천지, 함열정신, 여민동락의 세상이 신재효가 꿈꾼 나라였다.

주역 하경 첫째 괘 함(咸)괘를 첫 들머리에 쓴 호남가

자연과 사람들이 함께 교감하고 상생하는 함평천지

모두 다 함께 태평성세를 누리자는 우리 겨레의 정치이상이 함평천지다. 동양고전의 근원인 주역은 천지 자연의 이치를 담은 상권은 하늘 땅괘로 시작하여 물과 불괘로 맺는다. 이어서 사람살이의 이치인 인사를 기록한 하권 첫째 괘를 바로 함평천지의 함괘로 시작한다.

함咸괘는 "천지와 사람들의 소통과 교감의 형상이다. 함은 천지가 교감하면 만물이 생겨나고 성인이 사람들 마음과 교감하면 세상이 화평平한다. 이처럼 서로 소통 교감하는 것을 보면 천지天地만물의 이치를 알 수 있다." 이 함괘 풀이를 네 글자로 압축한 게 함평천지咸平天地다. 함괘는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처럼 산위에 연못이 있는 모습이라, 산과 물이 서로 교감하고 물이 모든 산천초목을 살리며 상생하는 모양새다. 마치 소년과 소녀가 연애하듯이 소통과 교감, 음양이 완벽하게 조화 상생하는 이상적 세상이다. 다함께 잘 사는 홍익인간 정신은 고조선 건국사화에도 실린 빛나는 겨레의 건국사상이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법에도 명시된 우리의 교육이념이 바로 홍익인간이다. 모두를 이롭게 하자는 홍익인간처럼 아름다운 건국이념과 교육이념을 가진 나라가 지구상 어디에 또 있었던가? 다 함께 태평성대를 누리자는 함평천지는 홍익인간의 또 다른 표현아닌가? 필자는 케이팝으로 시절인연을 만난 한류의 결정판은 이 홍익인간 사상을 수출하여, 지구촌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실현하여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모두 함께 기뻐할 함열(咸悅)정신

호남가에 함평과 같은 함괘를 쓴 익산의 함열은 함께 기뻐한다는 땅이름이다. 맹자가 말한, 정치가라면 모름지기 백성의 시름과 기쁨을 함께 해야한다는 여민동락(與民同樂) 사상과 같은 뜻이리라. 호남가 가사에도 "인심은 함열이요"라고하여 함열을 최고의 찬사로 노래한다. 함열 삼부잣집의 적선 덕택이다. 초기에 조선 판소리꾼을 길러낸 못자리가 고창 동리정사였다면, 후기 일제강점기와 해방이후까지는 함열 만석꾼 조해영 등 삼부잣집이었다. 명창 임방울, 박동진, 명고수 주봉신 등 걸출한 소리꾼들을 키워내고 후원한 곳이 함열 부잣집이었다. 함열부자들의 나눔과 상생정신은 동학과 한국전쟁 난리 속에서도 함열3부잣집을 온전히 지켜낸, 이념보다도 총칼보다도 강한 적덕의 꽃심이었다.

후천개벽의 참살이 새 세상을 염원한 원불교 교리의 네가지 은혜 중에 동포은이 있다. 동포들에게 나도 좋고 남도 좋게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을 교리화 한 것도 함열정신이다. 강증산도 새로운 좋은 세상을 펴기 위해 천지공사로 천하를 주유하면서 마지막 순례지로 함열을 찾아 "모두 다 함께 기뻐하는 세상 만인함열(萬人咸悅)" 후천선경의 깃발을 세우기도 했다.

상생의 함열정신으로 함평천지 대한민국 다시 세위야

고창에서 민간 문학관 "책이있는풍경"을 무료로 운영하며 여민동락 함열정신을 실천하는 박영진 평론가는 <사랑의 인문학 번지점프하다>는 책에서,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 가장 많은 가수들이 다시 부른 국민애창곡 "봄날은 간다"를 시와 평론, 연극, 영화 등 모든 장르로 확대 재창조되는 한 편의 절창시라고 평가한다. 여기에 사족을 붙여 필자는 이 노랫말에 녹아 있는 함열정신을 한국인의 정서로 교감한 것이 불후의 명곡이 된 까닭의 하나라고 본다.

" ᆢ서로 웃고 서로 울던, 같이 웃고 같이 울던, 따라 웃고 따라 울던, " 3절 가사가 모두 여민동락, 함열정신으로 함께 교감하고 있으니 불후의 국민애창곡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다 함자에 마음심자를 붙이면 감동한다는 느낄 감자가 되는 이치다.

세계경제규모 12위권이라는 한국은 부끄럽게도 행복지수로는 경제협력기구(OECD)최하위인 57위권이다.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각자도생의 개인주의, 강자가 약자를 착취하는 천민자본주의,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빈부격차의 계급화 등이 복합요인이다. 배워서 남주자! 벌어서 남주자!고 가르치며 실천하는 따뜻한 부자, 아름다운 지식인이 될 수 없다면 희망이 없는 사회다. 국민도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 한국인 특유의 역동성을 되살려, 함평천지 만인함열, 여민동락의 대한민국 노래로 거드렁거리며 놀아보세.

고창 모양성 앞 동락정
고창 모양성 화포청 터와 동락정
고창 모양성 화포청 터와 동락정
신재효 자료총서 단가 가사편
신재효 자료총서 단가 가사편
신재효 자료총서 호남가 함평천지
신재효 자료총서 호남가 함평천지
고장 함열로 불리게 한 조해영 가옥
고장 함열로 불리게 한 조해영 가옥
함리산 기슭 함열현고지도 1872판
함리산 기슭 함열현고지도 1872판
임방울 명창, 임방울기념관자료사진
임방울 명창, 임방울기념관자료사진
호남가 노래비 함평천지자료사진
호남가 노래비 함평천지자료사진
신재효자료총서 신재효본(신오위장)수록 호남가
신재효자료총서 신재효본(신오위장)수록 호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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