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공익사업을 위해 수용하고 남은 토지가 원래 목적대로 사용이 어렵다면 지자체가 매수해야”

남은 토지가 수용된 토지보다 넓더라도 ‘원래 목적대로 사용 가능한지’에 따라 보상 여부 결정해야

2021-06-16     강경철 기자

[퍼스트뉴스=강경철 기자] 공익사업에 편입되고 남은 토지가 수용된 토지보다 넓고 일정규모 이상이지만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하기 어려울 경우 잔여지 보상을 해 줘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 이하 국민권익위)는 지자체가 하천정비 목적으로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수용 후 남은 면적이 넓더라도 ‘종래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잔여지로 매수할 것을 권고했다.

이 토지는 고령․사별․장애 등 각종 사연이 있는 18명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2014년 서울에서 집단으로 이주해 온 생활공동체 시설이 있었고, 생활공동체 구성원들은 이 시설 마당을 공동 작업장과 공동체 활동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지자체는 올해 2월 8일 하천정비 보상계획을 공고해 이 시설 토지(5개 필지) 931㎡ 중 138㎡를 하천부지로 수용하고 나머지 793㎡는 수용하지 않았다.

생활공동체 구성원들은 생활의 기반인 마당이 사라지고 숙소 등으로 사용되는 3층 건물 바로 앞으로 1.5m의 제방이 생기면 더 이상 공동체 생활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잔여지 모두를 보상해 주면 다른 곳으로 시설을 옮기겠다고 요청했지만 지자체는 잔여지 보상 기준인 ‘종전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모호하다며 신청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시설은 18명이 생계를 같이하는 공동생활체에 해당하고 마당은 구성원들이 공동 농작물 작업과 공동 일상생활에 사용했으며 ▴마당이 사라지면 그동안 구성원들이 영위하던 공동체 생활이 지속되기 곤란하고 하천정비사업이 완공된 뒤에는 이 시설 건축물 출입구 바로 앞에 하천 제방이 1.5m 높이로 축조돼, 구성원들의 사생활 보호에 취약해지고 통행불편 발생이 우려됐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수용되고 남은 토지를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봐 해당 토지를 지자체에서 모두 매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민권익위 임진홍 고충민원심의관은 “잔여지 매수대상을 결정할 때 위치․면적․형상뿐만 아니라, 토지보상법에서 정하는 ‘원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라며, “해당 토지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실질적인 상황을 고려해 잔여지 매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